충전분무기 하나에 이 난리라니

솔직히 말하면 충전분무기를 돈 주고 산다는 게 좀 웃겼다. 아니 분무기를 왜 충전식으로 사? 그냥 손으로 칙칙 누르면 되는 거 아닌가. 마트에서 천 원이면 사는 걸 굳이? 그게 내 첫 반응이었다.

 

근데 말이지, 집에 화분이 좀 있거든. 한 열 개? 매번 손 분무기로 칙칙칙 하다 보면 손이 아프다. 진짜 아프다. 특히 겨울에 건조할 때 하루에 두세 번씩 뿌려야 되는데, 그때쯤 되면 손가락이 쥐가 나려고 한다. 거기다 다림질할 때도 분무기 쓰는데 이것도 은근 귀찮고.

그러다 네이버 어딘가에서 올위버 분무기 후기를 봤다. 나노 입자로 뿌려져서 안 흐른다, 뭐 이런 얘기. 솔직히 나노 어쩌고 하는 말 자체가 좀 과장 광고 느낌이라 반신반의했는데, 마침 할인하길래 그냥 질렀다. 만 원도 안 하는데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택배 왔을 때 첫인상은 그냥 그랬다. 장난감 물총 같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다. 295g이라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빈 페트병 하나 드는 느낌이다. 건타입이라 총 쥐듯이 잡으면 되는데, 이게 은근 손에 잘 맞는다. 물탱크가 분리형이라 물 넣기도 편하고 250ml면 한 번 채워서 꽤 오래 쓴다.

 

근데 진짜 놀란 건 뿌려봤을 때다.

충전분무기라서 그냥 전동으로 칙칙 나오는 정도겠지 했는데, 아니 이게 진짜 안개처럼 나온다. 손 분무기랑은 차원이 다르다. 손 분무기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잖아. 이건 그게 아니라 진짜 미세하게 퍼진다. 화분에 뿌렸을 때 잎에 물이 고이는 게 아니라 촉촉하게 코팅되는 느낌? 이게 나노 입자라는 건가 싶더라.

 

분사 거리도 생각보다 괜찮다. 1미터 넘게 나가니까 좀 떨어져서 뿌려도 된다. 원터치 자동 분사라서 버튼 한 번 누르면 계속 나오는 것도 좋다. 화분 여러 개 돌아다니면서 뿌릴 때 버튼 계속 누르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한 손은 화분 돌리고 한 손은 분무기 들고 이런 게 가능하다.

아 그리고 블루 라이트가 달려있다. LED 4개.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하지 싶었는데 싱크대 밑이나 책상 아래 같은 데 소독제 뿌릴 때 은근 유용하다. 어두운 데서 어디에 뿌렸는지 보이니까.

 

충전은 마이크로 5핀 USB인데, 한 번 충전하면 60분 쓸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60분 연속으로 뿌릴 일은 없어서 체감상 한 번 충전하면 일주일은 거뜬하다. 충전 시간도 1~2시간이면 되니까 자기 전에 꽂아두면 끝.

다림질할 때도 써봤는데, 이건 진짜 인생템이다. 기존에 손 분무기로 뿌리면 셔츠에 물이 뚝뚝 떨어져서 얼룩 비슷하게 됐거든. 이건 안개처럼 뿌려지니까 옷감이 균일하게 촉촉해진다. 다림질 퀄리티가 달라지는 게 체감된다. 이건 좀 의외의 수확이었다.

 

세차할 때 세제 넣고 뿌려도 된다길래 한번 해봤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본격 세차용은 아니지만 가볍게 실내 세차나 휠 세정할 때 세제 희석해서 뿌리면 꽤 괜찮다.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일단 충전 단자가 마이크로 5핀이다. 요즘 세상에 마이크로 5핀이라니. C타입이었으면 충전 케이블 따로 안 챙겨도 됐을 텐데. 이건 좀 아쉽다. 그리고 물탱크가 250ml이라 넓은 공간 소독할 때는 한두 번 리필해야 된다. 뭐 크기 대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근데 이 정도 아쉬운 점은 솔직히 가격 생각하면 그냥 넘어간다. 손 안 아프고, 뿌림이 균일하고, 충전해서 한참 쓸 수 있고. 충전분무기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은 하나 더 살까 고민 중이다. 사무실에도 하나 놓고 싶어서.

결국 뭐, 안 사도 사는 데 지장 없는 물건이긴 하다. 근데 한 번 써보면 손 분무기로 돌아가기 싫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에 화분 많은 사람한테는 슬쩍 추천해볼 것 같다. 강요는 아니고 그냥 나는 만족한다는 얘기.

i n c e p t i o n

나는 꿈을 꾸고 있다. 나는 꿈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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