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귀하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당사는 아래 사유로 인해 부득이 귀하를 해고함을 예고합니다.’ 지난달 2017년 12월 2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경비원 전원(94명)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사측)로부터 해고예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해고를 하려면 더 일찍 알려줘야지 다른 일자리라도 알아보고 할 것 아닌가요.
2017년 12월 31일부로 모든 경비원을 해고하고, 경비 업무는 용역업체를 선정해 맡길 거란 내용이었습니다. ‘근로자에게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아니한다’는 공동주택관리법률상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해고 사유입니다. 입주자대표의 전문성 부족, 관리능력 결여, 최저임금 인, 퇴직금 부담 증가 등의 이유도 포함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구색이겠지요. 사측 즉 압구정 현대아파트 측은 해고된 경비원 가운데 상당수를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용승계 하겠단 방침이지만, 경비원들은 “믿을 수도 없고, 많은 실직자가 생길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제 느낌에도 딱히 기존 경비원들을 재채용하진 않을 것 같네요. 그럴 거라면 굳이 해고할 필요도 없겠고요.
현대아파트 노동조합 측은 이번 대량 해고를 보복성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초 전체 경비원의 절반(47명)이 ‘사측이 휴게 미보장 임금을 주지 않았다’며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게 밉보였다는 주장입니다. 진정서의 취지는 최근 5년 새 명목상 휴게시간은 늘었지만, ‘쉴 수 없는 휴게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아파트측과 경비원측이 이렇게 마찰이 많아서야 함께 있는 것도 문제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광찬 현대아파트 노조위원장은 5일 “사측은 지금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하던 경비원들 임금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근무시간(24시간)에 포함된 휴게시간을 두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늘려왔지만,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3시간이던 휴게시간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2015년부터 6시간으로 늘었지만, 경비원들이 요구한 ‘휴게공간 마련’ 및 ‘휴게시간 안내 표지판 제작’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합니다. 사람이 쉬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이거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니 분명 너무 힘들 것 같네요. 부자아파트면 경비원도 좀 부유할 줄 알았는데 전혀 생각과 다르네요. 오히려 반대네요.
압구정 현대아파트 노조는 특히 휴게시간이 지켜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주차관리 임무를 꼽았는데요. 주차 공간이 협소한 아파트 특성상 경비원들이 주차관리 업무를 놓을 수 없는 날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5일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순찰업무 외에 주차관리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이 상당히 스트레스도 많고 실수하면 안되는 중압감도 있을텐데, 분명 문제는 문제겠네요.
17년 차 경비원 박모(63)씨는 “40여년 전 지어진 아파트라 주차 공간이 상당히 협소한데다, 지하주차장도 없어 이중주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중주차를 한 주민들은 수십 년째 경비원들에게 차 키를 맡겨놓고 ‘민원이 들어오면 차를 이동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중주차 차량을 이리저리로 옮기며 주민 편의를 돕던 경비원 김모(58)씨도 “이곳은 운전면허증이 있어야만 경비를 할 수 있다. 심야 휴게시간(오전 0시~4시)에도 주차관리 요청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이처럼 휴게시간 보장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되레 경비원들 밥줄을 끊으려 하고 있다”고 경비원들은 분개했습니다. 화날만 하네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사는 현직 검사가 지난해 11월 사측 공고문을 본 뒤 “용역 전환을 통해 고용 책임을 회피하고 주민들에게 불편과 비용을 전가하는 결정”이라는 반박문을 단지 내 게시판에 붙였지만, 관리사무소는 이를 재빨리 떼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위원장은 “이번 해고는 명백한 부당 해고다.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방침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으며, 입주자대표도 언론과 접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 표명을 거부했네요.
최저시급 때문이라는 건 핑계같고, 그냥 다 쫓아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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